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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펴기생활운동협회

수련 체험담

암에 대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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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범 작성일11-07-31 조회4,069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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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사단에서 열리는 한 토론회에 사회를 보러 갔다가 이 모임에 나오신 선배님을 만나 함께 점심 식사를 하게 됐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 선배님의 어머님께서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얘기를 듣게 됐다. 이 선배님이 69세인데, 어머님은 89세라고 한다. 말기 위암이었는데, 병원에서는 연세가 높아 수술도 불가능하니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온 지 4~5개월쯤 됐는데, 지금은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실 때보다는 많이 좋아지신 것 같다고 한다. 적외선기를 쓰고 있는데, 이 기기는 뱃속 깊이 작용하는 적외선을 발사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뱃속을 따뜻하게 데워 준다는 뜻이다.

 

좋아지기는 하셨지만 계속 누워 계시고 일어나지를 못하시기 때문에 선배님이 병수발을 들으셔야 한다고 한다. 당신을 낳고 얼마 안 있어 아버님이 돌아가셔 홀어머니가 당신 한 사람만 보고 평생을 사셨다고 한다. 외아들이 혼자서 똥오줌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외출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위암 때문에 식사는 일체 못하시니 우주식(우주를 비행할 때에 휴대하는 가볍고 부피가 작은 음식물로,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따위가 충분히 들어 있다고 함)을 들고 계시다고 한다.

 

이때까지 나는 다른 병에 대해서는 다 다루어 보려고 했지만, 암에 대해서만은 다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내가 암에 걸린 사람을 다루다가 그 사람이 죽기라도 한다면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된다. 내가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지극정성을 다한다고 해도 사망 시에는 책임이 나한테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의 원인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깊은 관심을 가지고 가설을 세워 놓고는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가설이 맞는 것인지 제대로 확인을 해 보고 싶어 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배님께 제안을 했다. 이미 병원에서 포기를 했다고 하니, 제가 한번 어머님을 보아 드리면 어떨까요 하고.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원인을 선배님께 설명해 드렸다. 선배님께서 내 얘기를 들으시고 선뜻 좋다고 대답하셨다. 이 선배님은 대체의학을 많이 공부하신 분인데, 그래서 그런지 내가 드리는 말씀을 금세 이해하시는 것 같았다.

 

그때 내가 생각하는 암의 원인은 이러했다. 지금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충분한 경험을 하게 되면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 즉 가설은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 생각은 그렇다.

 

사람들에게 암세포는 암이라는 병에 걸리지 않았을 때에도 끊임없이 생성되고, 그 생성된 암세포는 사람의 면역체계에 의해 소멸된다고 한다. 때문에 암세포는 증식하지 않고 일정한 균형 상태에 머문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암세포가 증식하기 시작해 그 양이 많아지면 드디어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고 한다. 초기에서 말기로 갈수록 암세포의 양, 즉 암세포가 덮고 있는 장기의 면적이 늘어난다고 한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암세포가 증식되는 원인을 알게 되고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게 되면, 암세포가 더 이상 증식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면 암세포의 양을 축소시킬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암세포는 왜 균형이 깨지면서 갑자기 증식하게 되는 것일까? 이는 면역체계와 관련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면역체계에서는 암세포도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항원(생체 속에 침입하여 항체를 형성하게 하는 세균이나 독소 등의 단백성 물질)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암세포는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항원이기 때문에 몸에 항체(항원의 침입에 대항하여 혈청이나 조직 속에 형성되는 물질)가 이미 형성돼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혈액세포 중에서도 대식세포(大食細胞. 동물 조직 안에 퍼져 있는 아메바 모양의 대형 세포. 생체 내에 침입한 세균 따위의 이물질을 잡아서 세포 안에서 소화하면서 그 이물질에 대항하기 위한 면역 정보를 림프구에 전달한다고 함)라고 한다. 그렇다면 암세포가 증식하는 원인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암에 대한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든지, 아니면 항체는 충분히 형성돼 있지만 그 항체가 암세포가 증식하는 곳에 전달되지 않든지, 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 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항체가 형성돼 있더라도 그것이 잘 전달되지 않으면 항원이 급격하게 증식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예를 몇 가지 들어 보기로 하자.

 

우선 티눈에 대한 경험이다. 예전에 광화문에서 습득한 것 중에 지금은 거의 쓰지 않고 있지만 엄지손가락으로 등을 눌러서 등을 잡는 방법이 있다. 거의 쓰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익히기도 어렵고, 효과도 새로 개발한 방식이 훨씬 더 탁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방법은 엄지손가락으로 흉추 극돌기와 어깨뼈 사이의 파인 부분을 눌러서 근육을 풀어 주는 것이다. 이 방법을 많이 시용하면 엄지손가락의 근육이 어깨 쪽으로 밀려들어 가면서 엄지손가락의 근육이 많이 굳게 된다. 그러면 엄지손가락이 많이 아프기 때문에 자주 이 손가락을 밖으로 뽑아 근육을 풀어 주어야 한다. 사람들을 많이 다루게 되면 엄지의 근육이 거의 항상 밀려들어 가 있어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에 거의 항상 엄지가 아프고, 그러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항상 본능적으로 엄지를 뽑는 것이 습관이 되게 된다. 항상 아프니까 이렇게 하게 된다. 그러면 그럭저럭 심한 통증은 느끼지 않고 지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엄지 첫째 마디에 티눈이 생겨났다. 굳은살이 박여 있던 곳에 티눈이 생겨난 것이다. 굳은살인지 티눈인지는 그곳을 눌러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굳은살은 눌러도 아프지 않은데, 티눈은 누르면 찌르르한 통증을 느낀다. 굳은살이 박혀 있던 곳이 좀 살짝만 눌러도 통증이 왔다. 굳은살은 감염된 것이 아닌데, 티눈은 세균에 감염된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굳은살이 세균에 감염돼 그곳에서 티눈이 생겼을까? 이런 의문은 얼마 안 가서 풀렸다. 티눈이 생겼을 때에는 엄지 둘째 마디를 누르면 아프고 잡아 빼면 상쾌하게 “똑!” 하는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 며칠 후에 샤워를 하고 몸을 닦은 수건으로 엄지를 감싸고 엄지를 뽑았더니 아주 시원스럽게 “똑!”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엄지 둘째 마디를 눌러도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됐다. 그리고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티눈이 사라지고 굳은살로 변해 있었다. 그것은 첫째 마디를 세게 눌러도 아프지 않다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드디어 원리를 알아냈다. 근육과 혈관, 신경은 함께 간다는 원리를 비교적 자세히 <몸, 펴면 살고 굽으면 죽는다>라는 책에서 비교적 자세히 다룬 적이 있다. 근육이 굳으면 그 근육 안을 지나가는 혈관이 눌리게 되고, 혈관이 눌리면 피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위의 면역력도 떨어진다. 피가 잘 통하지 않으면 혈액세포 중 면역세포가 그 부위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통 감염성질환은 그 부위의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는데, 이는 그 부위의 근육이 굳어 있어 혈액이 잘 순환되지 못해서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그렇게 생각은 해 왔지만, 처음으로 내 몸을 통해 입증이 된 것이다. 이후 두 번 더 엄지 첫째 마디에 티눈이 생겼지만, 엄지를 잘 뽑아 주면 티눈은 곧 사라졌다.

 

또 한 번 이와는 좀 다른 경험이 있었다. 입술이 부르트면서 물집이 생기려고 할 때에는 그 물집이 생기려고 하는 부위가 상당히 간지럽다. 예전에는 이런 경험을 많이 해 보았다.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즈음에 이런 일이 많이 발생했던 것 같다. 입술 바깥쪽뿐만 아니라 안쪽이나, 혀, 구강 등에도 물집이 생기는데, 이럴 때 현대의학에서는 배체트씨병이라는 고상한 이름의 질환으로 진단을 한다. 터키인 의사 배체트라는 사람이 이 병을 발견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티눈을 경험하고 나서 1년쯤 지나 입술의 특정 부위가 간지러웠다. 입술이 간지러울 때에는 왜 그런지 나는 그 원인을 이제 잘 알고 있다. 그 부위의 근육이 일정한 정도 굳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때 푸는 방법은 간단하다. 간지러운 부위를 손가락으로 세게 누르거나 잡으면 된다. 말하자면 입술에서 굳어 있는 부위의 근육을 풀어 주는 것이다. 간지러운 부위를 세게 누르거나 잡으면 상당히 아프다. 아파도 이렇게 하다 보면 통증은 사라진다. 근육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고 나면 물집은 생기지 않는다.

 

한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 연신내 평생반에서 사람의 면역력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근육이 굳어 혈관이 눌려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몸이 세균의 침범을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그러고 나서 한 달쯤 됐을까, 한 사범님이 평생반 수업을 할 때 말씀을 하셨다. 이 대표 하라는 대로 했더니, 정말로 물집이 안 생기더라고. 입술 바깥쪽이나 안쪽에 물집이 생기려고 할 때에는 그 부위가 가렵다. 가려운 이유는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이걸 풀어 주면 그 부위의 근육이 부드러워지면서 혈관을 누르지 않게 되기 때문에 면역력이 높아져 세균의 침범을 막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물집은 생기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과 이론은 최근에 다른 사범님의 말씀으로부터 다시 확증이 됐다. 이 사범님은 열심히 연신내에 나오시다가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 정도 운동을 쉬다가 다시 나오시게 됐다. 그 동안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대상포진으로 상당히 고생을 했다고 한다. 이 분이 상의와 셔츠를 벗고 몸을 보여주는데, 가슴 여러 군데에 대상포진을 앓은 흔적이 보였다. 아직도 여기저기 거무튀튀하게 멍든 자국이 보였다. 대상(帶狀: 허리띠 모양)의 포진(바이러스의 감염으로 피부 또는 점막 면에 크고 작은 수포가 생기는 피부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 입술과 음부 따위에 생기는 단순성 포진과 신체의 한쪽에 신경통과 함께 발진이 생기는 대상포진이 있다—‘다음 국어사전’에서 인용)이 아니라 여기저기 퍼져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사범님이 대상포진을 해결하는 방법이 독특했다. 다음 글을 보면 왜 내가 해결법이 독특하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연신내 동호회의 ‘건강상담실’에 올라온 질문이다.

 

 

2011년 3월 21일

대상포진은 흉추 3, 4, 5번이 틀어져서라고 하는데, 효과적인 운동법은 무엇이며? 도움을 준다면 단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도움주기는 무엇인지요?

 

 

그 날 바로 준 내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예전에는 몸살림운동에서 대상포진의 원인을 흉추가 틀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면밀히 관찰하고 연구해 본 바 지금은 그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상포진은 세균성 질환입니다. 피부 쪽이 세균에 감염돼서 띠 같은 포진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감염성질환에 걸린 이유는 그 부위의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원인은 그 부위의 근육이 많이 굳어 있기 때문입니다. 근육이 많이 굳으면 그 근육 속을 지나가는 혈관이 눌리게 되고, 혈관이 눌려서 혈액이 잘 순환되지 않게 되면 면역을 담당하는 혈구세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감염성질환에 걸리는 것입니다.

 

대상포진이 생긴 부위의 근육이 많이 굳어 있다는 것은 그 부위에 상당한 통증이 동반되거나 많이 가렵다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대상포진이 사라지고 나서도 그 부위에 계속 통증을 느끼거나 심하게 가려운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법은 대상포진이 생긴 부위의 근육을 풀어 주는 것인데,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제일 쉬운 방법이 그 부위를 누르거나 손으로 잡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짓무른 곳이 터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쓰라리게 아프게 되고, 대상포진이 호전되는 데도 장애가 됩니다. 도움이 되는 방법은 대상포진이 생긴 부위에는 닿지 않도록 하면서 온몸풀기를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몸풀기를 자주 해 주면 온몸이 풀리므로 대상포진이 생긴 부위의 근육도 풀릴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대상포진이 생긴 부위 주변의 근육을 손을 넓게 벌려 세게 잡아 풀어 주는 것입니다. 주변 근육이 풀리면 대상포진이 있는 부위의 근육도 풀릴 것입니다. 다만 이때 주의할 것은 대상포진이 있는 쪽에서 너무 가깝게 잡으면 짓무른 것이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좀 멀리서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환자 본인은 기본운동을 해야 합니다. 본인의 몸이 많이 구부러져서 근육이 굳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운동을 통해 몸이 펴지면 굳은 근육은 쉽게 풀립니다. 근육이 풀려야 혈관이 확장되고, 그래야 면역력이 높아지고, 그래야 대상포진도 사라지게 됩니다. 저는 기본운동 중에서도 온몸펴기 2, 3단계를 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나머지 3가지 기본운동을 할 때에는 도구가 대상포진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닿으면 포진이 터질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해 주는 나로서는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방법을 권했다. 나는 “주변 근육이 풀리면 대상포진이 있는 부위의 근육도 풀릴 것입니다. 다만 이때 주의할 것은 대상포진이 있는 쪽에서 너무 가깝게 잡으면 짓무른 것이 터질 수 있기 때문에 좀 멀리서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런데 이 사범님은 내가 보기에는 아주 단순 무식한(?) 방법을 택했다. 물집이 생긴 부위를 짓누르고 꽉 잡아서 풀었다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하셨느냐고 물었더니, “피부가 벗겨지면 따갑기는 하지만, 대상포진이 생긴 자리 안쪽 근육의 통증이 너무 심해 따가운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아, 이런 경우도 있구나! 피부가 벗겨질 때의 통증보다 그 안쪽 근육의 통증이 더 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피부가 벗겨지든 말든 근육을 풀었다. 내가 한수 배운 셈이었다.

 

감염성질환에 속하는 대상포진도 근육이 굳어 혈관이 눌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을 때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병인 것이다. 대상포진은 몇 달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치료를 해서 대상포진이 사라지고 나서도 그 자리에 통증이나 가려움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근육이 어느 정도 풀리면 혈액순환도 어느 정도 원활해져 면역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포진은 사라진다. 그러나 근육이 충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통증이나 가려움증이 남아 있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암세포의 증식도 이와 같은 원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실증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직은 가설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다만 이 가설이 입증된다면 암을 해결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다음 주 토요일 약속한 대로 선배님의 아파트에 들렀다. 어머님은 누워 계셨다. 오랫동안 누워만 계셔서 그런지 몸은 바짝 말라 있었다. 병원에서는 얼마나 누워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집에서만도 4~5개월 누워 계셨으니 운동을 전혀 못하셨을 것이고, 그래서 근육이 상당히 퇴화돼 있었던 것이다. 치골(두덩뼈)은 많이 올라와 있고 배는 쏙 들어가 있었다. 앉은 자세에서 보면 허리가 뒤로 많이 굽어 있는 사람의 전형이었다. 말하자면 많이 구부러져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경우를 허리가 S라인이 아니라 역(逆: 거꾸로)S라인이라고 표현한다. S라인이 가장 좋은 자세라면, 역S라인은 가잘 나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역S라인을 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삐쩍 말라 있고 여기저기에서 병이 많다.

 

이런 분에게 도움주기로 ‘온몸풀기’를 해 줄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 뱃가죽이 허리에 붙어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발로 하는 2단계 온몸풀기를 해서는 위험할 수 있다. 뱃가죽에 타박상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1단계 온몸풀기도 조심해서 해야 한다. 상대방이 누워 있을 때 손가락이나 손바닥을 너무 아래 방향으로 해서 올리면 뱃가죽과 허리의 근육이 맞닿으면서 온몸풀기의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1단계 온몸풀기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뱃가죽에 타박상을 입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생선포를 뜨듯이 살짝 눌러서 위로 밀어 올려야 한다. 이렇게 하면 효과도 좋고 아무 탈도 나지 않게 된다.

 

어머님께 온몸풀기를 해 드렸다. 처음에는 엄지손가락으로 했는데, 이는 오랫동안 누워 계셔서 힘이 없고 굳어 있는 다리와 엉덩이, 허리 근육을 푸는 데 좀 더 역점을 두는 것이었다. 경험을 많이 해 보지 않은 분들은 이런 분의 다리 근육을 만져 보고는 부드럽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근육이 퇴화돼 있어 부드러운 것으로 느껴지지만 사실은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많이 굳어 있는 것이다. 다리뿐만 아니라 다른 근육도 마찬가지이다. 퇴화된 상태에서 많이 굳어 있는 것이다. 이 감을 정확하게 느껴야 한다. 여자와 남자의 근육이 다르고, 운동을 많이 한 사람과 거의 하지 않은 사람의 근육이 다르다. 도움주기를 잘 하려면 이런 감을 손끝으로 예민하게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에는 손바닥으로 하는 1단계 온몸풀기를 해 드렸다. 이는 아래로 처져 있는 장기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데 좀 더 역점을 두는 것이다. 손바닥을 위로 쭉 올리는데 위에 손이 닿았다. 상당히 아파하셨다.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다음에는 공명의 자리부터 장기를 위로 올려 주는 온몸풀기를 해 드렸다. 손을 대자마자 상당히 아파하셨다. 소장도 많이 굳어 있었던 것이다.

 

다음에는 개별 장기를 손으로 누르거나 잡아서 풀어 드렸다. 이미 온몸풀기를 해 드려서 그런지 다른 장기는 부드럽게 풀려 있는데, 위와 소장은 달랐다. 특히 위가 그랬다. 소장은 조금 더 풀어 드리니까 안 아프다고 하셨는데, 위는 그렇지가 않았다. 마치 돌덩어리가 들어앉아 있는 것 같았다. 열심히 풀어도 아주 조금밖에 풀리지 않았다. 웬만큼 위가 좋지 않은 사람은 온몸풀기를 하고 나서 손으로 잡아 풀면 대체로 쉽게 거의 다 풀렸는데, 이 어머님의 위는 그렇지가 않았다. 잠시 아주 조금 풀어졌다가 조금 뒤에 만져 보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위의 크기는 정상인의 경우 1.5리터 정도 된다고 하는데, 이 어머님의 위는 내 주먹보다도 작아 어머님의 주먹 정도 되는 크기라고 느껴졌다. 위의 근육이 굳으면서 이렇게 작게 쪼그라들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쪼그라들어 있을 정도로 위가 굳어 있으니, 위가 풀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암에 걸려 누워 계신 분은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조심스럽고 긴장이 됐다. 아주 살살 하는데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선배님이 땀을 닦으라고 수건을 가져다 주셨다. 이렇게 하면서 여기저기 너무 많이 풀어 드리면 이런 약한 분에게 무슨 탈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온몸풀기와 장기를 풀어 주는 것만으로 끝을 냈다.

 

도움주기를 끝내고 호기심이 생겼다. 이런 분에게 이런 도움주기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그래서 어머님께 아주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씀드렸다. “어머님, 한번 일어나 보시지요.” 어머님은 약간 어리둥절해 하시더니, 일어나려고 몸을 움직이려고 하셨다. 그러자 선배님이 부축을 해 드리려고 했다.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일어나지 못하시는 어머님을 습관적으로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을 것이니, 이때에도 그렇게 하셨을 것이다. 나는 그냥 놓아두시라고 조용히 말씀드렸다. 선배님이 손을 놓았는데, 어머님은 안간힘을 쓰시면서 일어나 앉으셨다.

 

순간 내가 놀라고 말았다, 그 전에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누워 계시던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집에 돌아와 4~5개월 정도 누워만 계시던 분이 일어나 앉을 수 있게 되다니! 이렇게 장기간 몸져누워 있던 분에게도 온몸풀기가 잘 통한다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온몸풀기의 효과와 위력이 정말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때 욕심이 발동했다. 정말로 쓸데없는 욕심이었다. 사람들은 남한테 자기 자랑을 늘어놓고 그 자랑에 대해 인정을 받는 데서 마음의 위안을 찾는 경우가 많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재미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큰 변함이 없이.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반성을 끊임없이 하면서도, 약간씩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결국은 완전히 털어 버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누워만 계시던 분이 일어나서 서실 수 있다면 온몸풀기의 더 큰 위력이 입증될 것이다.’ 이런 쓸데없는 욕심이 발동했다.

 

일어나 앉아 계시는 어머님께 또 말씀을 드렸다. “한번 일어서 보시지요.” 어머님은 일어나 앉으실 때와 마찬가지로 잠시 어리둥절해 하시더니 일어나 서려고 안간힘을 쓰셨다. 그리고 드디어는 거의 다 일어나 서셨다. 그 순간 머리를 감싸 쥐셨다. 선배님이 부축을 해서 어머님을 잡아 주셨다. 나는 선배님께 어머님을 눕혀 드리라고 말씀을 드렸다. 어머님이 누우시고 나서 질문을 드렸다. “어지러우셨지요?” 어머님은 미약하게나마 고개를 끄덕이셨다. 어깨와 목이 좋지 않은 사람이 다른 때에는 별로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지만,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어지럼증을 느끼는 경우가 꽤 있다. 어머님도 누워 계실 때에는, 그리고 앉으실 때까지는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으셨지만, 일어서실 때 갑자기 크게 현기증을 느끼신 것이다. 이럴 때 계속 서 있으면 현기증은 점차 사라지게 되는데, 당사자로서는 초기에 느끼는 그 어찔한 큰 고통을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어머님도 바로 누우시게 한 것이었다.

 

이 날은 이것으로 끝내고 선배님께 온몸풀기 방법을 가르쳐 드렸다. 매주 토요일 한 번씩 방문해 어머님의 상태를 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는데, 1주일에 한 번 도움을 드리는 것으로는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선배님께서 익히셔서 매일 자주 어머님의 몸을 풀어 드리라고 한 것이다. 마침 이 선배님은 어지간히 대체의학을 익히고 있으셔서 그런지 쉽게 온몸풀기 동작을 익히셨다.

 

이틀 후인 월요일 선배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의 상태가 궁금해서였다. 우선 혹시 몸살이 나지나 않으셨나 하는 것이 궁급했다. 다행히 몸살이 나시지는 않으셨다. 그런데 선배님의 답변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이제 일어나셔서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시기도 하는데, 별로 좋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말씀에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일어나지 못하시던 분이 거실로 나와 TV를 보신다면 그래도 전보다는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별로 좋아지지 않은 것 같다고 하시다니……. 고래도 칭찬을 해 주면 춤을 춘다고 하는데, 좋아졌다고 하면서 후배 칭찬 좀 해 주면 어디 덧나나.

 

다음 토요일에 또 선배님 집을 방문했다. 방에 들어가니 누워만 계시던 어머님이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나를 보시더니 일어나 앉으셨다. 이것으로 확인이 된 것은 내 방법대로 어머님 몸을 풀어 드려도 이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아진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자신감이 좀 생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온몸풀기를 해 드리고 난 다음 상체풀기를 해 드렸다. 오른쪽 손가락과 팔, 어깨의 근육은 비교적 잘 풀리는 편이었데, 그런데 왼쪽은 영 아니었다. 손가락부터 전혀 뽑히지를 않았다. 손가락이 모두 딱딱하게 굳어 있어 한 손가락에서도 “또독!” 하는 소리가 나지 않았고, 손가락을 뽑을 때 어머님은 굉장히 아파하기만 하셨다. 계속 얼굴을 찡그리기만 하셨다. 손가락을 가지고 해결이 되지 않으면 위팔뚝을 풀면 되는데, 위팔뚝을 풀려고 해도 잘 되지를 않았다. 워낙 딱딱해서였다. 정상인이었다면 조금 더 세게 해서 풀어 줄 수도 있었겠지만, 이 연세에 말기암이신 분에게는 무리가 될 것 같아 적당히 잡아 드리고 나서 마무리를 짓고 말았다. 그리고 선배님께 내가 하는 동작을 가르쳐 드렸다.

 

아직 경험이 협소해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겠지만, 잠정적으로 위암이 있는 분은 왼쪽 팔과 어깨가 좋지 않은 것이 아닌가 추정을 하고 있다. 왼쪽이 무너져 내려 있을 때 왼쪽에 있는 위가 심하게 눌려 돌덩어리처럼 굳어 있을 때 위암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친척 두 분과 이 어머님을 포함해 세 분에게 위암이 있었는데, 친척 한 분은 왼손잡이여서 왼쪽이 무너져 내려 있었고, 이 어머님과 친척 한 분은 오른손잡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왼쪽이 무너져 내려 있었다. 간암이나 간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오른쪽으로 많이 무너져 내려 있어 몸이 활처럼 오른쪽으로 휘어 있다는 경험을 해 보았다. 오른쪽이 무너져 내릴 때 오른쪽에 있는 간이 눌려 굳게 될 때 간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결론은 잠정적일 뿐이고, 더 충분하게 많은 사례를 경험해 보아야 일반적인 결론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틀 후인 월요일에 다시 선배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 상태가 어떠시냐고. 선배님은 밝은 목소리로 대답해 주셨다. 많이 좋아지셨다고. 혼자 거실로 나오셔서 TV도 보신다고. 저번 주 월요일에도 이 말씀은 하셨는데, 그때에는 별로 좋아지시지 않은 것 같다고 하셨다. 어쨌든 밝은 목소리로 좋아지셨다고 하시니, 내 마음도 밝아졌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짙은 걱정이 남아 있었다. 위가 부드럽게 풀어져야 하는데, 두 번째 갔을 때에도 그 돌덩어리 같은 위는 거의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이게 풀려야 위암에서 벗어나실 수 있을 텐데.

 

예전에 KBS에서 방영했던 대하드라마 ‘허준’에서 보면,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가 반위에 걸렸다. 그 당시에는 위암을 반위(反胃: 구역질을 하여 위에 들어갔던 음식이 입으로 다시 올라오는 위장의 탈—‘다음 한자사전’에서 인용)라고 했던 것 같다. 유의태는 자신의 위에 대해 허준에게 “이건 내 살이 아니야”라고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이런 드라마야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산물에 지나지 않겠지만, 나로서는 돌덩어리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위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식으로 해석을 하고 싶다.

 

다음에 방문해서는 저번에 풀어 드린 것에 더해 목부터 시작해서 엉덩이 위까지 허리세움근 전체를 풀어 드렸다. 근육은 거의 퇴화돼 살갗만 남아 있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근육은 거의 없는 것 같았는데, 손으로 근육을 잡을 때 어머님은 엄청나게 심한 통증을 느끼셨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신음소리가 났다. 이 방법도 선배님께 알려드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다음에 방문해서는 저번에 풀어 드린 것에 더해 다리까지 풀어 드렸다.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점차 영역을 넓혀 가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도 위는 거의 풀리지 않았다.

 

이 날 선배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어머님께서 갑갑해하시는 것 같아 바람 좀 쐬게 해 드리려고 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어? 휠체어를 대여해서 태우면 되니까.” 나는 조금 생각해 보고 대답을 했다. “괜찮을 겁니다. 단 모포로 몸을 잘 감싸 드려서 한기를 느끼지 않게 하셔야 합니다.” 이때는 해동이 되면서 봄기운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날씨가 쌀쌀한 때였다. 그래도 효심이 깊은 선배님께서 어머님을 생각해서 하시려고 하는 일이니, 단서로 주의 사항을 달아서 그렇게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다음 주에 방문해서 보니 현관에 휠체어가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저번 주와 마찬가지로 몸을 풀어 드리고 돌아왔다.

 

며칠 후 아침에 선배님께서 전화를 해 오셨다. 어머님께서 너무 아파하셔서 걱정이 된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급히 차를 타고 달려갔다. 그 전까지는 내가 가면 일어나 앉아서 맞아 주시고, 또 돌아갈 때면 일어나 앉으셔서 “이거 고마워서 어떻게 하나”라고 말씀하시던 분이 이 날에는 일어나 앉지를 못하셨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든 당장 해야 하는 것은 어머님의 통증을 해결해 드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온몸풀기를 해 드려도 별로 풀리는 것 같지가 않았다. 신통치가 않았다.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신에 섬유근육통이 있어 몸 어디에 손가락만 대도 아파서 비명 소리를 지르던 아주머니의 통증을 해결해 주던 방법이 떠올랐다. 골반 흔들기였다. 어디 몸에 살짝 손가락을 스치기만 해도 지독하게 아파하던 그 아주머니에게 한동안 당황해하다가 나름대로 찾아낸 것이 이 방법이었는데, 그때 이 방법은 잘 통했다. 처음에는 전상장골극을 엄지와 검지로 감싸고 손을 아래로 툭 내린 다음 아주 살살 눌러서 천천히 흔들다가 그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고 아파하는 표정이 아니면 점차 세게 누르면서 점점 더 세게 흔드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그 아주머니한테는 잘 통했다. 몇 분이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세게 누르면서 빨리빨리 흔들어도 그 아주머니는 편안해했다.

 

이 방법을 어머님께 써 보았다. 상당히 많이 풀리는 게 눈에 보였다. 이 방법은 그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큰 단점이 있다. 빨리빨리 흔들어 댈 때 워낙 시술자의 체력을 고갈시키기 때문에 오랫동안 이 방법을 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로서도 10분 이상은 이 동작을 취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이 방법으로 어머님이 느끼는 통증이 상당히 경감됐다는 것은 어머님의 얼굴 표정을 보고 읽을 수 있었다. 이후 온몸풀기, 영역별 풀기를 다 해 드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은 일어나 앉지를 못하셨다. 답답한 노릇이었지만 이것이 내 한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실로 나와 차를 마시면서 선배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별일은 없었고, 어제 어머님을 휠체어에 태우고 두 시간 정도 아파트 단지를 돌았어.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저렇게 아파하시는 거야.”

 

“모포는 잘 둘러 드시셨고요?”

 

“그럼. 춥지 않게 담요를 감싸 드렸지. 모자도 씌워 드렸고.”

 

그리고 선배님은 잠시 생각하다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씀하셨다.

 

“어머님이 목양말을 신고 계셨는데, 바지가 짧아 그 사이가 떠 있었구먼.”

 

이로써 왜 그렇게 됐는지 원인을 찾아냈다. 발목에서 위로 반 뼘쯤 되는 종아리와 정강이 살갗이 외부 공기에 노출돼 있었다. 여기로부터 들어오는 한기가 위로 올라왔다. 그것도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온몸이 싸늘해지면서 온몸의 근육이 굳어 버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큰 통증은 느끼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러나 몸은 이미 예전처럼 다시 많이 굳어 있었다. 이럴 때 본인의 두뇌로는 별로 큰 통증을 느끼지 않았겠지만,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굳어 있었다는 것을. 이런 상태에서는 주무실 때 몸이 더 오그라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날 때에는 오그라든 몸 때문에 아주 심하게 통증을 느끼게 되셨을 것이다.

 

여기에서 한번 짚고 넘어갈 얘기가 있다. 선배님께 누차 말씀을 드려도 안 되는 일이 하나 있었다. 나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적외선 기기가 아무리 효능이 좋다고 하더라도, 등과 허리를 뜨겁게 하는 것보다 더 좋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파트 생활을 할 때에는 등과 허리를 뜨겁게 해 주는 방법은 전기담요의 온도를 높여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해 드리라고 두세 번 거듭 강조해서 말씀을 드렸지만, 이 선배님은 내 얘기를 잘 이해하지 못하셔서 그런지 그렇게 이행해 주시지 않았다. 매번 갈 때마다 전기담요를 손바닥으로 대 온도를 재 보는데, 처음과 똑같은 상태였다. “어쩌란 말이냐, 이 사태를?” 그래서 몇 번 말씀을 드리고는, 얘기해 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하고 말았다.

 

이 지점에서는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아드님은 오랫동안 누워 계셨기 때문에 갑갑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한 어머님을 위해 바깥바람을 쐬어 드리려고 돈을 들여(선배님은 2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고 좋아하셨다) 휠체어를 대여해 모시고 나갔다. 나는 이미 몸을 따뜻하게 해 드려야 한다고 강조해서 말씀을 드렸다. 어머님은 아드님이 하자는 대로 바람을 쐬셨다. 누구에게도 잘못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잘못도 있었다. 사람 몸을 돌보는 사람은 큰 것만 볼 줄 알아서는 안 된다. 세세한 것도 볼 줄 알아야 한다. 당시에는 큰 줄기만 보고 세세한 가지나 이파리는 볼 줄을 몰랐다. 여자 분들의 목양말과 짧은 바지까지도 볼 수 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이런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앞으로는 세세한 것까지 보는 눈을 길러야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다음 주 토요일에 다시 방문해서 몸을 잡아 드렸는데, 결과가 신통치가 않았다. 이번에도 일어나 앉으시지를 못했다. 몸에 들어간 한기로 인해 한번 고갈된 기력이 살아나지 않는 것 같았다.

 

다음 주 토요일 방문하기 전에 시간을 잡으려고 전화를 드렸는데, 선배님으로부터 어머님께서 며칠 전에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좋지 못한 소식을 들었다. 어머님께서 워낙 통증이 심해 병원에 입원하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은 어머님을 찾아뵐 수가 없다. 찾아뵈어 보아야 의사 분들은 다른 사람이 환자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손을 쓸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한 보름쯤 됐을까,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전갈이 왔다. 조문을 가기는 가야 하는데, 선배님께 미안한 마음에 얼굴 뵙기가 민망해 빈소로 가기가 싫었다. 어머님께도 미안했다. 미적미적했다.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조문을 갔다. 어머님께 절을 드리고, 선배님과 마주앉았다. 머리를 조아리고 선배님께 “죄송합니다. 별 도움이 되지 못해서”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나 선배님은 환한 얼굴로 말씀을 하셨다.

 

“괜찮아, 괜찮아. 오히려 내가 고마웠어. 자네 덕분에 어머님이 그래도 한 달 정도는 큰 통증 없이 살다가 가셨잖아. 어머님이 입원하시고는 계속 마약, 그러니까 모르핀 주사를 맞으셨어. 그것도 한 약이 효과가 없으면 다른 걸로 바꾸면서 말이야.”

 

이때까지 나는 말기암 환자들이 그렇게 크게 통증에 시달리는지 알지 못했다. 암은 내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 아예 관심 밖으로 두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말기암 환자 병수발을 한 사람에게 얘기를 들어 보니, 말기암 환자들은 통증 때문에 거의 예외 없이 모르핀 주사를 맞는다고 한다. 말기암 환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당장 느끼는 통증과의 싸움이 더 힘겨운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나 자신이 말기암 환자를 직접 보면서 더 많이 확인해 보아야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통증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한방이든 양방이든 모두 통증은 근육이 굳어서 생겨난다는 이 너무나 간단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양방애서는 통증이 올 때 수술을 하거나 진통제, 진통제 중에서도 극단적인 처방인 마약 성분으로까지 해결하려고 한다. 굳어 있던 근육이 풀리면 통증은 사라지고, 굳어 있던 근육을 푸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은 몸을 펴는 것이다. 스스로 몸을 펴는 운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병이 진행된 사람이라면 스스로 몸을 펴는 운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도움주기를 통해서라도 정성을 다해 몸을 풀어 드려야 할 것이다. 나는 어머님에 대해서도 이런 생각으로 접근을 했다. 그런데도 통증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고 마약 주사를 맞다가 돌아가셨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기도 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암에 걸려 말기까지 간 사람이라면 몸이 아주 심하게 구부러져 있을 것이다. 그러면 몸 전체의 근육이 심하게 굳어 있을 것이다. 몸이 구부러져 몸의 기관이 아래로 밀려 내려가 눌려서 심하게 굳어 있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특정 기관이 더 눌려서 더 굳어 있을 것이다. 그러면 혈관이 눌려 면역력이 떨어지고, 그런 곳에서 암세포가 증식할 것이다. 무슨 암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그 장기가 더 굳어 그 장기에서 암세포가 급속하게 증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몸 전체가 심하게 구부러져서 몸 전체의 근육이 심하게 굳어 있으니 몸 전체에서 통증을, 그것도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경험에서 가설로 세워 두었던 암의 원인이 극히 일부는 입증이 된 셈이었다. 그러나 이런 한 번의 경험으로 이 가설이 이론으로 성립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 암을 다루어 보고 가설을 이론으로 성립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말기암 환자들이 느끼는 그 극심한 통증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원인이 밝혀졌다고 생각한다. 온몸이 구부러져 온몸의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몸의 근육이 풀어지면 마약 주사를 맞지 않고도 그런 극심한 통증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몸살림운동의 기본운동을 하는 것이다. 기본운동을 해서 몸이 펴지면 근육이 풀리면서 통증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암도 함께 사라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결론을 보류할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는 맞는다고 보지만 이론만으로 결론지을 수는 없는 것이고, 수많은 경험을 통해 입증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번 경험에 대한 최종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갈 길은 너무 멀었다.” 이게 최종 결론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댓글목록

정상철님의 댓글

정상철 작성일

긴글 찬찬히 읽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4-5개월 누워만 계셨던분이 일어나 TV를 보셨다고 하면 굉장히 크게 병세가 호전된 것입니다...그 정도 상태가 된 것도 그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그리고 말기에 암의 고통은 겪는 분들은 아마도 스킨쉽이 너무 부족한 것입니다. 온몸풀기를 하시면서 신체접촉을 하신것도 아마도 고인에게는 큰 위안이 되셨을 것입니다...고생하셨습니다...

꼭지님의 댓글

꼭지 작성일

근육이 굳으면 근육속을 흐르는 혈액의 순환이 장애를 받고
혈액을 따라 온몸을 방어하는 방위군-대식세표=백혈구-이 침입하는 적군을 섬멸하지
못한다,

 이건 근육관련 종사자나, 부황관련 시술자 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항 이며 이를 확신하고
이에 기하여 사람(질병)을 봅니다,
단, 의사들만 모릅니다,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수술이나 약물만이 쩐이 생기므로 이점은 몰라야
하는지도 모르죠,
다만 통증클리닉 하는 분들이 사용하는 근육 이완제 는 근육의 경직을 약물로 해결 하고
아니 되면 임시 땜질인 마추(진통)제를 사용하거나 통증을 전달하는 전화선(신경)을 고장나게 하는 신경 차단술을 사용하죠,
당연히 치료가 아니고 환자의 두뇌를 일시적으로 속일뿐 입니다
손가락 손목이 아작나는 수기 법은 당연히 귀하신 몸들이 할 일이 아니죠
 
부항 시술을 하는 어느분은
 신경의 압박에 의한 통증 까지도  근육의 통증을 신경이 전달하는 것 뿐이지
신경 그자체의 통증은 아니라고 까지 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굳은근육을 어떠한 방법으로 풀어주느냐 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에
 따라 분야가 달라 집니다,

 정골분야로 많은  입에 오르내리는 카이로는 뼈가 틀어져 근육이 굳는다고 보아서
뼈중심의 시술을 합니다
ㅁ몸살림에서 척추를 눌러주는 거도 근육이완 보다도 척추의 좌우 비틀림을 바로 잡는
 정골분야의 한 방법이라 봅니다, 기타 몸살림에서 일부사용하는 교정분야도 정골분야 에 속한다고 봅니다,

카이로에서는 극돌기를 엄지와 검지로 잡이서 돌려 주지만 몸살림에서는 횡돌기를 눌러서 잡아 주지요, 물론 이때 근육도 약간 풀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막 이완술에서 는 각종의 맛사지 법으로로 굳은 근육을 풀어준다 하겠습니다,
근막 이완술 분야에서 시행하는 쎅숀 법은 부항법중 건부항과 같고요,
발포부항과 사혈부항은  동맥과 정맥 사이에 있는 모세혈관(근육)에 보일러의 스케일과
같이 찌들어 붙어 서 혈행읇 방행하는 어혈을 빼 주므로서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이고요, 

꼭지님의 댓글

꼭지 작성일

피부가 찬공기와 접촉하면 근육은 경직되고 모세혈관은 수축되어 혈액순환은 더욱

장애를 받는다는 거 일반 상식이죠,

 

다듬이를 베고 자다가 입이 돌아간다든다,

찬물에 수영하다가 다리에 쥐가 난다든다,

수영에 자신이 있다고 해변에서 조금 멀리 갔다 찬해수에 쥐가 나서 그대로 꼴깍 잠수

한다든가 하는 것도 익히 들은바 이죠,

 

그러나 이 같은 건 입으로는 알지만 실제로 구체적 경우에 당하여도 체득하기 전에는

간과 하기 십상입니다,

 

이범님께서 환자의 양말에 무심했다고 자책 하지만, 나중 에라도 이를 간파 했다는

혜안에 감탄 하는 바입니다,

이같은 경험담은 깊은 교훈을 주는 매우 귀중한 사례입니다,

 

환자를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깨달을수 없는 사항이 많습니다,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사물을 보는 눈은 무의식중에 도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근거 하여 판단 하기 일반 이지요

이점 몸살림을 하는 저의 모두는 깊이 새겨야 할 사항 이라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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